[Interview]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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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최혜심

 

최근에 가장 많이 들은 말!! 

“어머, 멋지시네요 대단하세요.”

금년 봄 열흘간 영국에서 전시를 마치고 혼자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이다.

인생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여행을 온 많은 젊은이들과 민박집 또는 호스텔에서 5~6명 많게는 12명까지 같은 방을 썼는데, 각자 다녀온 여행지의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의 생각과 삶을 나눌 수 있는 멋진 시간들을 가졌다. 다만 이들이 보기에 내 나이는 혼자 배낭여행하기에 적지 않은 나이였나 보다.

독일 유학 당시 익힌 독일어 실력과 꾸준히 연습한 영어 실력을 믿고 계획한 유럽 배낭여행이었지만, 가정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가족들의 이해가 절대적이었고, 무엇보다도 작업에 대한 고민과 열정으로 기~인(?)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혼란스러웠다.

세상을 관찰하고, 물음을 던지고, 어떻게 하여야 느낌을 자유롭게 나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 하여 한 세기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예술로 승화 시킬 수 있을까? 상하이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등 일본, 중국, 영국, 서울, 대구에서 수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한국미협과 국제 comet,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한국미술전업작가회의 회원으로 정기전 및 수십 회의 단체전에 참여하여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스스로 좋은 작가라고 잠시나마 자만했음이 부끄러웠다. 한편 하나님이 나에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풍부한 감성과 재능을 주셨음에 감사하였고 꺼지지 않은 열정으로 나도 하면 되겠구나 하고 새로운 도전의식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제대로 규모를 갖춘 훌륭한 미술관들은 큰 하나의 기업에 버금간다고 한다.

모든 시대는 지나가고 역사는 흘러가지만 그림은 그 시대의 시간들을 잘 보관하고 있는 엄청난 유산됨을 보고 무척 부러웠다. 좋은 작품들을 보려고 전세계에서 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으니 그 문화 유산의 힘은 대단했다. 또한 모네, 고흐, 세잔 등 우리에게 알려진 거장들의 작품들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그들이 작가로서 창조해낸 수 많은 작품들뿐만 아니라, 동시대 미술계의 야유나 몰이해에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신조를 일관되게 유지했으며 그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나갔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찌 내 작은 재능으로 게을리 하며 좋은 작품을 그리겠다 바라겠는가!

수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물질에 자유롭지 못하고 이런저런 환경에 핑계거리를 만든다. 그러나 나는 진정 영혼을 다해 시대의 행복한 시간과 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작품을 그리기 위해 많이 연구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를 다짐한다.

나는 모네와 르누아르를 좋아한다. 특히 르누아르는 비극적인 주제의 그림을 그리지 않은 유일한 화가이다.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담은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유쾌한 것이 많은데 굳이 또 다른 어두움을 만들어 내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밝은 에너지를 느꼈으면 한다. 행복한 마음이 드는 그림을 그리길 원한다.

금번 유럽여행 동안 독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독일 현지 작가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고 한국-독일미술 교류전에 대해서도 뜻을 같이 했다. 오는 11월에는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독일 saarbrucken 미술박물관 소속 회원전에 초대되어 함께 전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여행의 피로도 풀리지 않았고 어떻게 다시 그림을 풀어야 할지 막막하지만 내 열정과 도전의식은 가득하다.

오늘날에는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재능 있는 작가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들의 작업장을 관광화하여 작품을 알리고 있다. 모든 것은 쉬이 빨리 지나가버리지만 마지막은 결국 문화유산이 몇 세기를 지나도 남아있다. 과거에나 현재나 이름난 화단의 거장들 뒤에는 반드시 제도적인 뒷받침과 예술에 대한 대중 사랑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흙 안의 진주가 발견되듯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작업하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많이 부각되었으면 한다.

나는 꿈과 열정이 있는 멋진 작가다.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 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